비행기 음식, 왜 그렇게 맛이 없을까요?
하늘 위에서 입맛이 변하는 과학적 이유를 알려드립니다!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겪는 의문 하나.
비행기에서 먹는 기내식, 왜 그렇게 맛이 없을까요?
분명히 지상에서는 맛있던 음식도, 하늘 위에선 이상하게 싱겁고 밍밍하게 느껴집니다.
혹시 기내식은 원래 맛이 없도록 만들어진 걸까요?
맛이 없는 진짜 이유는?
사실 이 현상, 우리 입맛이 예민한 게 아니라 과학적으로 입증된 이유가 있습니다.
요점만 먼저 말씀드리자면, 비행기 안에서는 우리의 미각과 후각이 둔감해지기 때문이에요.
비행기가 3만 피트(대략 9km) 상공을 날 때, 기내 기압은 지상보다 훨씬 낮아집니다.
이는 고산지대에 있는 것과 비슷한 환경이죠.
이때 공기 중 습도도 급격히 줄어들어 10~20% 수준으로 떨어지는데요,
이건 사막보다도 건조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낮은 기압과 건조한 공기는 우리 몸의 점막을 말리게 합니다.
특히 코와 입 안 점막이 마르면서 냄새를 맡는 능력(후각)이 떨어지게 되고, 동시에 짠맛과 단맛을 느끼는 감각(미각)도 약화됩니다.
실제로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루프트한자 항공이 협업한 연구에 따르면, 기내와 유사한 환경(기압, 건조, 소음)에서는 짠맛 인식이 20~30% 감소하고, 단맛도 15~20% 정도 덜 느껴진다고 합니다.
소음도 미각을 방해한다?
여기에 또 하나, 기내 소음도 맛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비행기 엔진 소음은 평균 85 데시벨 정도로, 시끄러운 도로 수준에 해당합니다.
이런 소음은 단순히 귀에 거슬리는 것을 넘어, 두뇌의 감각 처리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백색소음이나 지속적인 기계 소음은 뇌가 맛을 인식하는 데 사용하는 자원을 분산시켜, 짠맛과 단맛에 둔감해지고 쓴맛에 더 민감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해요.
즉,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조용한 환경이 중요한데, 비행기 안처럼 지속적인 소음이 있는 곳에서는 뇌가 '소리 처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므로, 맛에 집중하기 어려워지는 겁니다.
그럼에도 맛있게 먹으려면?
그렇다면 이런 환경에서도 좀 더 맛있게 기내식을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물을 자주 마시는 것입니다.
입안과 코가 건조하지 않도록 유지하면 후각과 미각이 덜 둔해지기 때문이에요.
또, 기내식과 함께 토마토 주스를 곁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신기하게도 토마토 주스는 기내에서 감칠맛이 더 강해지는 식품으로 유명하거든요.
또한, 비행 전에 너무 짠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미 미각이 피로해져 있다면, 기내식이 더욱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기대치를 살짝 낮추는 것도 좋은 팁입니다.
비행기 안은 원래 맛을 느끼기 불리한 환경이라는 걸 알고 먹으면, 괜한 실망도 줄일 수 있겠죠.
오늘의 한 줄 과학
비행기 음식이 맛없는 건 요리사가 아니라, 당신의 코와 입이 문제입니다.